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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가수 홍진영이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미 홍진영의 하차는 예견됐던 바였다. 홍진영은 논문 표절의혹이 커지면서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일제히 하차했다. 하지만 홍진영과 그의 어머니는 지난 몇주간 꿋꿋이 출연을 고수했다. 하지만 결국 별다른 멘트없이 홍진영은 ‘미우새’에서 사라졌다.동행복권파워볼

‘미우새’를 즐겨보던 시청자들은 의아할 수도 있지만 ‘미우새’의 이런 논란 대처방식은 새롭지는 않다. 그동안의 논란에 ‘미우새’는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조용한(?)방식을 택해왔다.

‘버닝썬 게이트’로 물의를 일으켰던 승리도 이후 ‘미우새’에 출연했던 방송분이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위대한 승츠비’라는 부제까지 붙여 그의 화려한 인도네시아 클럽 파티를 부각시켰다. 또 승리는 놀랍게도 방송에서 강남 클럽 ‘버닝썬’을 홍보했다. 그는 ‘미우새’ 스튜디오에서 ‘모벤져스’ 어머니들에게 “클럽이 되게 좋은 게요 어머님, 제가 그걸 막 유흥을 즐기려고 만든 건 아니고요. 어머님, 사람을 만나는 장입니다. ‘만남의 광장’ 같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는 장소입니다. 나쁜 사람도 만나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닝썬’은 마약, 폭행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승리는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라멘업체까지 소개했다. 방송은 “간장을 일본에서 공수한다” “한군데서 2억씩 판다”는 승리의 멘트를 부각시키며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없이 방송은 계속됐다.

초창기 멤버 김건모가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방식은 똑같았다. 김건모의 성폭행 논란이 제기됐지만 ‘미우새’는 그가 프러포즈를 준비과정부터 예비신부를 위한 세레나데를 하는 과정까지 공개해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홍진영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이었다. 29일 방송한 ‘미우새’에서는 박수홍 김희철 김종국 이태성의 모친이 ‘모벤저스’로 출연했다. 그동안 출연했던 홍진영의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고 홍진영 홍선영 자매의 VCR도 전파를 타지 않았다. 대신 김민종이 새 ‘미우새’로 등장했다.

제작진의 이같은 대처방식이 출연진에 대한 무한신뢰와 확신 때문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결론이 나올 때까지 여론에 휘둘려 출연을 번복하기 보다는 뚝심으로 끝까지 출연을 고수하는 것이 맞다.파워볼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 없이 슬그머니 방송에서 하차시키는 방식은 높은 시청률에 의지한 자신감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든 ‘볼 사람은 본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우새’는 꾸준히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미우새’는 15.3%(닐슨 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로 지난 주 전체 방송 시청률 순위에서도 4위에 랭크됐다. SBS 프로그램 중에서는 1위다. 가장 핫하다는 SBS드라마 ‘펜트하우스'(13.6%)보다 높다. 매일 아침 시청률 순위표를 받아드는 방송사 입장에서 ‘미우새’는 논란이 있든, 어떻게 대처하든 보물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뉴스엔 배효주 기자]

‘1박2일’ 방글이 PD가 김선호의 프로그램을 향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11월 29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 시즌4’는 포항 제철 특산물과 함께하는 ‘퐝타스틱 요리왕’ 특집 첫 번째 이야기로 꾸며졌다.파워사다리

이날 오프닝에서 포항 곤륜산 정상에 모인 멤버들은 최근 SNS 팔로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진정한 ‘대세남’으로 등극한 김선호의 인기를 언급했다. 매주 ‘1박2일’에서의 활약에 더해,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스타트업’에서 열연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에 김선호는 11월 드라마 배우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방송에서 라비는 김선호가 지난 ‘너 자신을 알라’ 특집에서 심리검사 도중 눈물을 흘렸던 일을 두고 “뜰 거 알고 일부러 그때 울었지?”라고 놀렸다. 당시 김선호는 그림으로 하는 심리검사 중 “지금 뭘 하고 있나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방송 이후 ‘1박2일’ 시청자 사이에서 “김선호가 예능과 드라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하차할까 겁난다”는 반응까지 있었다.

딘딘은 “심리 상담은 드라마 방영 전”이라며 “지금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선호는 “물고 뜯고 아침부터 장난 아니구나”라면서도 “눈물을 흘렸다고 위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린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다 봤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걸 보고 또 울었다”며 시청자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항간의 ‘1박2일’ 하차 염려에 대해선 “댓글에 하차하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나는 이들보다 오래 할 거다. 악착같이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글이 PD는 김선호의 뜻밖의 종신 계약 선언을 듣고 만족의 ‘엄지 척’을 해보이기도 했다.

이에 방글이 PD는 뉴스엔에 “시청자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괜찮을 것”이라며 “김선호가 본인의 하차를 걱정하는 댓글들을 보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하차 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본인이 오래 할 거라고 먼저 말하더라”고 말한 방글이 PD는 “김선호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 잘할 거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강조, 앞으로 김선호가 보여줄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한편 이날 방송된 ‘1박2일 시즌4’는 2부 13.9%(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문세윤의 역대급 말똥성게 점심 식사 먹방을 보여준 순간에는 18.8% 분당 최고 시청률을 기록,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사진=KBS 2TV ‘1박2일 시즌4’ 방송 캡처)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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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김수현(칼럼니스트)

※ 영화 내용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 값’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원조교제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여고생이 ‘몸값’을 흥정하는 장면을 15분 롱테이크로 찍어낸 이 영화는 막판 충격적인 엔딩으로 관객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몸 값’이라는 제목에 담긴 이중적 의미와 형식과 관계를 비틀어내는 대담한 연출력,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괴물 감독이 탄생했다며 입소문이 자자했다.

때문에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콜’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더군다나 영화 ‘아가씨’, ‘럭키’, ‘뷰티 인사이드’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용필름의 손맛이 더해진 영화이니 당연히 한 방 제대로 날릴 스릴러가 탄생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서두에 기대감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몸 값’이 형식 면에서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그것이 1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강렬한 파장을 이끌어냈다면 ‘콜’은 상당 부분 캐릭터에 기대는 영화였다. 바로,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 캐릭터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영화는 물론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20대 여성 사이코패스 캐릭터. 그것도 서태지를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라니. 말 그대로 듣지도, 보도 못한 캐릭터다.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는 단연 ‘콜’의 가장 큰 수확이자 ‘콜’을 이끈 원동력이다. 그가 날카로운 눈빛을 희번덕거릴 때마다 간담이 서늘한 통에 몇 번이나 등 뒤를 돌아봤다. 영화 중반엔 결국 온 집안 불이란 불은 다 켜야 했다. 전종서는 서태지를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얼굴에서 무자비한 살인마까지의 넓은 스펙트럼을 가뿐히 품어냈다. 물론 디테일한 연기에서는 종종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풍겨내는 신비로운 듯 섬뜩한 분위기가 그 부족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아쉬운 지점은 빌런 영숙이 워낙 강하다 보니, 상황에서 오는 스릴이 다소 약하다는 점이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파국을 그린다. 영숙은 1999년을 살고 있는 인물. 신엄마(이엘)에 의해 집안에 갇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던 영숙은 우연히 20년 후 미래를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영숙은 미래의 서연이 알려준 한마디에 목숨을 구하고, 그 보답으로 죽은 서연의 아버지를 살려낸다.

영숙은 서연의 과거를 바꿔준 후 조금씩 서연에게 집착한다. 자신의 도움으로 다시 화목한 가정을 갖게 된 서연. 영숙은 “왜 내 전화 안 받아”라고 이를 갈며 집착에 광기를 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광기의 과녁은 서연에게로 향한다. 잠재돼 있던 살인마 본능이 폭주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꽤 자주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곤 했는데, 서연의 눈치 없는 입방정(?) 때문이었다. 서연은 영숙에게 결코 해선 안 될 괜한 이야기를 하며 서연을 자극한다. 스릴러를 즐겨 보는 관객에겐 다소 답답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한 대목이다.

서연의 눈치 없음을 차치하더라도 이미 영숙과 서연의 대결은 영숙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돼 설명할 순 없겠지만, 과거의 영숙은 서연의 현재를 언제든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서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물을 흘리며 영숙의 전화를 기다리거나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영숙의 생명력은 정말이지 길다.)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따름이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콜’은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 없이 관객을 끌어당긴다. 앞서 언급했듯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힘이 컸다. 딸기를 먹는 장면일 뿐인데도 화면 한가득 그로테스크한 기운을 뿜어내는 힘. 존재 자체로 작품의 ‘뉘앙스’가 될 수 있는 힘. 전종서는 데뷔작 ‘버닝’(이창동 감독)에 이어 ‘콜’까지 단 두 편의 영화로 그 힘을 증명해 보였다. 이토록 살인마 캐릭터를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더불어 전종서가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벌써 흥미롭다.

김수현(칼럼니스트) 

‘며느라기’, 착한 며느리? 차별받는 며느리만 있을 뿐
‘며느라기’가 시월드의 먼지 차별을 드러내는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 “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결혼하면 사린이는 다를 거예요. 사린이는 착하니까.” 카카오TV <며느라기> 2회의 엔딩에서 무구영(권율)은 명절에 민사린(박하선)을 만나러 가는 길에 그렇게 생각한다. 무구영은 그날 형수 정혜린(백은혜)이 “다들 너무했다”며 날린 팩폭 돌직구에 아버지의 분노와 엄마의 눈물에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생각한다. 자신이 결혼할 사린이는 착한 며느리가 되어 엄마를 도울 거라고.

하지만 무구영의 생각은 당장 눈물을 흘리는 엄마와 아버지의 분노로 엉망이 된 명절 분위기가 며느리의 ‘이의 제기’에서 비롯됐다는 착각에서 비롯한다. <며느라기>는 시월드의 모든 노동이 며느리들(엄마도 며느리다)에게만 부여되고, 그것도 며느리(엄마)가 나서서 며느리에게 강요되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부조리한 명절의 풍경을 정혜린의 목소리를 통해 팩폭한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구일씨는 피곤하니까 들어가서 자고,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은 술 드시고, 구영씨와 미영씨는 데이트하러 나가고, 차례 음식은 어머니 혼자 준비하시고…다들 너무 했다. 그리고 저는 며느리니까 당연히 어머님이랑 같이 음식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맞죠?” 그렇게 말하는 정혜린에게 작은 아버지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시어머니 혼자 일하라고?” 되묻는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명절 조상을 모시는 일에 있어서 온 노동을 며느리가 짊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자신들이 나서서 함께 그 노동을 분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당연한 걸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며느리가 괘씸할 뿐이다. 더더욱 안타까운 건 그런 강요를 오래도록 당연한 듯 받아온 시어머니가 이제 저 스스로 나서서 그걸 며느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 고부갈등이나 시월드에서 핍박받고 차별받는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졌다. 하지만 극화되어 악역으로 그려지는 시어머니의 극단적인 모습과, 그에 대항해 당장의 사이다만을 보여주던 며느리의 이야기는 그것이 우리네 현실이라기보다는 ‘저런 집’에서나 벌어지는 일들로 치부하게 만든 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 시월드를 드라마로 보는 어르신들은 줄곧 이런 반응을 보인다. 요즘 세상에 저런 시부모가 어디 있어.

이것은 너무나 극적으로 그려져 그것이 우리네 모습이라는 걸 은폐하기도 하던 시월드 소재 드라마들의 한계였다. 하지만 <며느라기>는 다르다. 여기 등장하는 무구영네 집안사람들은 그렇게 괴물화된 인물들이 아니다. 나름 예의도 차리고, 며느리 생각해 상냥한 말도 건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그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해 보이는 말과 행동은 민사린을 이상하게도 힘겹게 만든다. 시어머니 생일상을 혼자 차려내고 시댁 식구들이 저들끼리 대화하고 후식을 먹을 때 혼자 당연한 듯 설거지를 하고 있는 민사린 역시 ‘착한 며느리’가 되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며느리에 대한 암묵적인 강요다. 그래서 민사린은 마음이 불편해지고 기분이 언짢아진다. 하지만 이제 그 부당함을 얘기함으로써 ‘며느라기’에서 벗어난 정혜린은 그 평온해 보이던 시월드의 먼지 차별을 팩트 그대로 이야기함으로써 고발한다.

모두가 귀성길에 올라 도심에 차들이 많이 사라진 명절에 민사린은 무구영을 기다린다. 결혼 전 두 사람이 만나는 그 장면은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심지어 달달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그 장면으로 시작한 드라마가 그 날 무구영네 집에서 벌어진 정혜린의 시월드의 먼지 차별의 팩폭 풍경을 거친 후 엔딩으로 이어지자 달달함은 사라지고 대신 씁쓸함이 더해진다. ‘착한 며느리’ 운운하는 무구영의 생각은 이제 민사린이 겪을 시월드의 ‘며느라기’로 이어질 거라는 기시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20분 남짓의 드라마를 다 보고나면 당연해 보였던 많은 것들이 사실 부당한 것들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엄마는 왜 그 부당함을 당연한 일로 체화시키며 살아왔을까. 그리고 그것을 어째서 며느리에게도 똑같이 나서서 강요하고 있을까. 엄마가 해온 평생의 독박노동과 그 고생을 절감하는 아들이라면, 착한 며느리를 들여 엄마를 도와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그 노동 자체가 부당했다는 걸 말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엄마가 했던 그 차별적인 대우와 노동을 이제 사랑하는 아내가 대신 맡아 똑같이 하는 걸 당연시 할 게 아니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카카오TV]

아이즈 ize 글 김수현(칼럼니스트)

※ 영화 내용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 값’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원조교제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여고생이 ‘몸값’을 흥정하는 장면을 15분 롱테이크로 찍어낸 이 영화는 막판 충격적인 엔딩으로 관객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몸 값’이라는 제목에 담긴 이중적 의미와 형식과 관계를 비틀어내는 대담한 연출력,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괴물 감독이 탄생했다며 입소문이 자자했다.

때문에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콜’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더군다나 영화 ‘아가씨’, ‘럭키’, ‘뷰티 인사이드’ 등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용필름의 손맛이 더해진 영화이니 당연히 한 방 제대로 날릴 스릴러가 탄생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서두에 기대감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몸 값’이 형식 면에서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그것이 1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강렬한 파장을 이끌어냈다면 ‘콜’은 상당 부분 캐릭터에 기대는 영화였다. 바로,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 캐릭터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영화는 물론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20대 여성 사이코패스 캐릭터. 그것도 서태지를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라니. 말 그대로 듣지도, 보도 못한 캐릭터다.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는 단연 ‘콜’의 가장 큰 수확이자 ‘콜’을 이끈 원동력이다. 그가 날카로운 눈빛을 희번덕거릴 때마다 간담이 서늘한 통에 몇 번이나 등 뒤를 돌아봤다. 영화 중반엔 결국 온 집안 불이란 불은 다 켜야 했다. 전종서는 서태지를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얼굴에서 무자비한 살인마까지의 넓은 스펙트럼을 가뿐히 품어냈다. 물론 디테일한 연기에서는 종종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풍겨내는 신비로운 듯 섬뜩한 분위기가 그 부족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아쉬운 지점은 빌런 영숙이 워낙 강하다 보니, 상황에서 오는 스릴이 다소 약하다는 점이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파국을 그린다. 영숙은 1999년을 살고 있는 인물. 신엄마(이엘)에 의해 집안에 갇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던 영숙은 우연히 20년 후 미래를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영숙은 미래의 서연이 알려준 한마디에 목숨을 구하고, 그 보답으로 죽은 서연의 아버지를 살려낸다.

영숙은 서연의 과거를 바꿔준 후 조금씩 서연에게 집착한다. 자신의 도움으로 다시 화목한 가정을 갖게 된 서연. 영숙은 “왜 내 전화 안 받아”라고 이를 갈며 집착에 광기를 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광기의 과녁은 서연에게로 향한다. 잠재돼 있던 살인마 본능이 폭주한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꽤 자주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곤 했는데, 서연의 눈치 없는 입방정(?) 때문이었다. 서연은 영숙에게 결코 해선 안 될 괜한 이야기를 하며 서연을 자극한다. 스릴러를 즐겨 보는 관객에겐 다소 답답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한 대목이다.

서연의 눈치 없음을 차치하더라도 이미 영숙과 서연의 대결은 영숙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돼 설명할 순 없겠지만, 과거의 영숙은 서연의 현재를 언제든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서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물을 흘리며 영숙의 전화를 기다리거나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영숙의 생명력은 정말이지 길다.)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따름이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콜’은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 없이 관객을 끌어당긴다. 앞서 언급했듯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힘이 컸다. 딸기를 먹는 장면일 뿐인데도 화면 한가득 그로테스크한 기운을 뿜어내는 힘. 존재 자체로 작품의 ‘뉘앙스’가 될 수 있는 힘. 전종서는 데뷔작 ‘버닝’(이창동 감독)에 이어 ‘콜’까지 단 두 편의 영화로 그 힘을 증명해 보였다. 이토록 살인마 캐릭터를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더불어 전종서가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벌써 흥미롭다.

김수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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